"가계 부채, 새 정부는 어떻게 풀어갈까?"
이슈 인터뷰-1 "가계 부채, 새 정부는 어떻게 풀어갈까?"
2017년 5월 24일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
우리나라 가계부채, 또 사상최대치 경신
한국은행이 어제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량을 발표했습니다.
짐작했던 것처럼 역시 많이 늘었습니다.
3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1360조원으로 또 사상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인구도 늘고 경제규모도 커지니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이 꼭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 몸이 살이 찌는 것과 비슷해서 당장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계속 불안한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새 정부가 어떻게든 풀어야 할 큰 숙제 중에 하나로 가계부채 문제가 꼽힙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부채 공약은 어떤 것이 있었고, 또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될 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가계부채 공약
Q.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을 보니까 가계부채와 관련한 공약이 7가지나 있더군요.
대표적인 가계부채 공약이 무엇인가요?
7개 중에 첫번째로 나온 것은 가계부채를 총량으로 관리한다는 공약입니다.
그리고 고금리 이자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 기존 이자율 상한부분을 20% 정도로 단일화하겠다는 공약도 있습니다.
또한 소액 장기연체 채무를 정리하는 것과 금융 소비자보호와 관련된 기구를 설치하고, 비소구 주택담보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적일 것 같습니다.
가장 전면에 나와 있는 공약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입니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란?
Q. 가계부채를 총량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
GDP내지는 가처분소득의 일정 비율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 정도로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Q. 지금은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요?
처음 나왔을 때는 가계부채로만 되어 있었기 때문에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OECD기준으로 보면 170%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15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나중에 나온 자료에는 가계 신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가계 신용을 기준으로 보면 150% 정도 되기 때문에 현재 가계 신용으로 하는 가처분 소득 대비 비율을 유지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본 아이디어
Q. 그 말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경제성장하는 정도, 명목성장률 정도 만큼만 가계 신용이 늘어나도록 하겠다는 뜻인가요?
네,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는 정도 만큼만 가계부채가 늘어나게 하겠다는 것이 기본 아이디어입니다.
가계부채를 어떻게 컨트롤하나?
Q. 가계부채라는 것은 대출 받을 사람이 대출받을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은행이가 금융기관으로 가서 대출을 받게됩니다.
이게 대출 받으러 오지 말라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이게 더 늘어난다면 어떻게 컨트롤하죠?
실제로 가계부채를 총량으로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가계부채 증가율 자체를 한자리 숫자로 관리하겠다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려고 하면 각 금융기관들이 늘릴 수 있는 대출을 정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대체적으로 금융기관들은 소득이 낮거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의 대출을 줄이고 이것들을 소득이 높은 사람들의 대출로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총량 자체는 지킬 수 있는데, 문제는 실제 경제활동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대출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경제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가계부채, 금융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말라?
Q. 말씀하신대로 부채를 늘리지 않거나 줄여야 하면, 두명이 대출신청을 했을 때 한명만 대출을 해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둘 중에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탄탄한 사람에게 가능하면 대출을 해주고 싶을테니, 서민들은 정말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겠네요.
그렇다고 안할 수는 없지 않나요?
계속 늘어나게 두면, 정부가 뭐하느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불안 요소가 되잖아요?
가계부채문제를 기존에는 금융적인 시각에서 접근했었습니다.
여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봅니다.
가계부채를 GDP나 가처분소득에 대한 대비 비율로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네덜란드에서는 유럽지역 평균수치의 두배에 달할 정도 GDP 대비 주택담보대출의 비율이 높습니다.
그리고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네덜란드는 가계부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국가에 속합니다.
심지어는 주택소유자의 자기지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우리기준의)파산상태인 주택이 거의 30%에 달하기도 합니다.
이러면 총량기준으로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은 일자리와 사회보장정책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고 일자리가 없는 경우에는 사회보장을 통해서 안정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주택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는 위험한 발상
그래서 가계부채를 총량으로 관리하는 개념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오히려 가계부채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 자체를 일자리와 복지 부문과 결합시켜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Q. 총량으로 관리하면 대출을 못 받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러면 그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둔해지고,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오히려 위기를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가계부채비율이 중요하지 않다?
Q. 참고적으로 네덜란드의 예를 해주셨는데요.
그러면 GDP 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이 얼마나 높든 간에 그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을 보면, 덴마크는 300%에 육박합니다.
네덜란드도 200% 후반대, 노르웨이나 스위스도 200%를 넘습니다.
스웨덴이나 캐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OECD 평균보다는 높기는 하지만, 이것을 무리해서 총량으로 관리하려고 덤벼들게 되면 위험합니다.
지금 말한 국가들은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나라거든요.
그래서 총량 자체 관리 등의 금융적인 측면은 위험이 최소화되도록 관리하고 또 다른 형태의 복지 정책을 포함한 일자리 정책과 결합시켜서 관리하는 것이 가계부채에 대한 바람직한 접근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왜 이전에는 금융적시각으로만 봤나?
Q. 우리가 그동안 들어왔던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네요.
그러면 우리는 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 또는 110% 안팎으로 정하고 넘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왔나요?
아마도 다른 형태의 제도가 미비했기 때문에 가계부채 총량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말한 제도들과 결합시키고, 실제로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면 총량에 너무 의존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이야기했던 정책 가운데도 몇 가지는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드는 정책들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채택해서 보다 안정적인 관리의 기반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럼 가계부채 관리는 무슨 지표로 판단하나?
Q.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가계부채의 총량은 GDP 대비 비율이 높아져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가계부채가의 관리 여부는 무슨 지표로 판단하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대출 받은 사람들이 원리금을 상환하면서 파산 상태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이 집을 소유하고 있다가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이 집을 급하게 팔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의 집값이 떨어지고, 이 집값 하락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현재 상태에서 부채를 유지하면서 집값을 갚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집을 모두 내던지기 시작하면, 실제로 큰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악순환을 만들어내면 경제 전반에 소비가 악화되면서 상황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일자리 안정과 주택가격의 급격한 변화 억지
Q. 그런 징조가 보이는 지만 체크하고 가면, 그게 가장 좋은 관리법인가요?
그렇죠.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일자리를 통해 임금이 안정적으로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큰 위협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주택가격이 급격한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이 두 가지가 실제로 중요하다고 봅니다.
만약 일자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면 사회복지 형태로 사람들의 일자리 소득과 유사한 소득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결합해야 합니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는 MBC라디오에서 방송하는 경제전문방송입니다.
이 포스팅의 목적은 하루에 한번 방송을 글로 정리하여, 경제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 글을 잘 이용하는 방법은 본문의 글만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방송이나 팟캐스트, 팟빵 등으로 직접 들으며 글과 함께 들으면 효과적입니다.
30분 내의 방송이라 큰 부담이 없고, 방송 내용도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청취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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